1St.

[庭/有-丙] 몽파르나스 본문

TKG/Writing

[庭/有-丙] 몽파르나스

Hälfte 2017. 12. 14. 01:36

아리마 키쇼는 마침내 열 여덟살이 되었다.

 방 하나, 화장실 하나의 원룸 단칸방. 구석에 대충, 침대랍시고 놓은 날  것의 매트리스 위에 누워 아리마는 몸을 웅크렸다.

  12월 20일. 겨울의 한 가운데 지점이었다.
 온 집안에는 외풍이 돌았고, 창 밖을 내다 보지 않아도 건넛집의 영감님이 비질하는 소리로 눈이 내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생일 축하해. 미리 크리스마스."
 
 그는 나직히 중얼거렸다. 언제나처럼 불현듯이 찾아오는 왼쪽 가슴의 통증과 막연한 외로움이었다.

 "어른이 된 기분은 어때?"
 
 아리마는 다음 한 마디를 뱉고는 한참을 침묵했다. 나이라는 숫자가 하나 더 늘었을 뿐이잖아. 몸을 굴려 돌아누우며 그가 말했다.

 "내가 죽어가고 있다는 증거지."
 회색인지 검정인지 모를 색의 맨 눈이 천장에 꽂혔다. 얼룩진 둥그런 형광등 커버가 누런 빛을 발하고 있었다.

 무슨 의미가 있다고. 아리마는 한숨을 쉬며 몸을 일으켰다. 생일을 겸하여 받은 휴가였지만, 특별히 잡힌 약속이나, 의미있는 계획은 없었다.
 
 "..."
 잠시 집안을 둘러 본 아리마는 구석에 가지런히 걸어놓은 후드를 걸쳤다. 막 눈을 뜬 터라 속이 허했으므로, 따뜻한 차라도 마실 심산으로 포트에 물을 끓이고 신문을 펼쳤다.

 [ 12구 집단 실종. -구울이란 무엇인가.- ]

 신문 1면의 커다란 헤드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아리마는 그것이 오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시체로 발견된 실종자 하나를 수사하러 나갔지만 어디에서도 구울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포식당한 것이 아니라 두꺼운 밧줄로 교살당한 것이었다.

 물이 끓는 소리, 비닐을 뜯는 소리와 물을 따르는 소리.
 호, 호 하는 작은 입김. 신문을 넘기는 소리.

 그의 집에는 TV가 없었다. 금액의 문제도 있거니와, 작은 사각형의 기계가 쏟아내는 소음이 아리마에게는 몹시 거슬렸기 때문이다.
 
 적적해. 그리고 그는 잠시 그 요란한 기계를 들이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원래대로라면 TV가 위치했을 법한 협탁 위에, 아리마는 화병 하나를 놓아두었다. 언제 어디서 받았는지 기억도 나지 빨간 장미가 흰 자기 화병 속에 꽂혀 새카맣게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물 주는 걸 잊었네.'

 조만간 치워버려야지. 그는 생각했다.
 순간 똑똑, 누군가가 현관을 노크했다.

 누가 오기로 했었던가. 읽고있던 신문을 말아 옆구리에 낀 그는 천천히 현관 쪽으로 향했다.

 "누구세요?"
 
 현관문의 작은 렌즈로 밖을 살폈지만 아무런 상도 잡히지 않았다.

 "아리마찌. 아리마찌. 문 열어주세요."

 대신 날씨에 어울리지 않는 작고 발랄한 목소리가 그를 보챘다.

 "하이루."

 이헤이 하이루, 백일정에서 함께 지냈던 아이가 거기 있었다.
 눈발을 헤치고 온 것인지, 하이루의 목도리나 모자 따위에는 온통 눈 결정이 내려 앉아 있었다.

 "혼자 온 거야? 어떻게?"
 "아리마찌 생일이라구 해서 아저찌들이 데려다 줬어요."

 목도리가 얼굴을 절반 가량을 가려서인가, 조금 짧은 발음으로 아이가 말했다. 아저씨란 분명 '정원' 의 인물들이겠지.
 아니나 다를까 난간 너머, 건너편에 보이는 주차장에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서 있었다.

"춥다. 들어가자."
 아리마는 도끼눈을 하고 그들을 한번 노려본 뒤,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것도 없어..."
 어린아이가 보기에도 그의 집은 거의 비어있었다. 일이 바쁜 터라, 집보다는 숙직실에 쌓아놓는 것이 훨씬 많은 게 화근이었다.
 
 "바빠서 그래."
 "우웅- 그치만 아리마찌 심심할 거에요."

 용케도 아리마 씨라고 부르는구나. 아이가 연신 뱉는 짧은 발음에 그는 잠시 웃음을 터트렸다.

 "코코아 마실래?"
 "네!"

 "그 사람들, 용케도 너를 내보내 줬구나."
 아리마가 뜨거운 물이 찬 머그잔에 분말을 덜며 말했다.

 "그치만, 그치만 아리마찌 생일이니까. 하이루가 축하하고 싶었어요!"

 하이루는 상냥하구나. 아리마는 작은 손으로 머그잔을 건네받는 아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칭찬 받았어!"
 히- 하고 함박 웃음을 짓던 하이루는 문득 협탁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까만 꽃이에요?"
 "...장미야. 물을 주는 걸 잊어서 말라버렸어."

 아리마가 텅 빈 시선으로 화병을 응시했다. 한참 그 표정을 바라보던 하이루는 잔을 조심스레 내려놓더니 제 겉옷 주머니를 뒤졌다.

 "우... 아...아리마찌 주려고 하이루가 꽃 접었어요!"

 말라붙은 풀로 군데 군데 얼룩진 종이꽃이었다. 철사를 테이프로 꾹꾹 눌러붙여 그럭저럭 장미 비슷한 모양이 났다.

 "나 주는거야?"
 "응!"

 고마워. 그는 가만히 그것을 받아들어 화병에 꽃았다.

 "이제 장미도 덜 슬프겠네."
 "아리마찌는 외로워요?"
 하이루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고사리 같은 작고 하얀 손이 아리마의 커다란 손을 꼭 붙잡았다.

 "외롭다는 게 어떤 건지는 아니?"

 그가 문득 날카로운 물음을 던졌다.
 아이는 당황하면서도 아리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일념인지, 필사적으로 답을 짜내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구- 음... 음.. 또... 혼자 있어서 심심하구..."

 ...비슷하겠네. 그는 벽에 등을 기대며 쪼그려 앉았다.

 "외롭지 마요. 하이루가 아리마찌랑 있을게요. 응? 생일도 축하해주고. 아리마찌가 심심하면 하이루가 같이 놀게요."

  하이루가 자리에서 일어나 앉은 아리마와 시선을 마주했다.
 머리통 위에 얹힌 작은 손이 무척 따뜻했다.

 "그래."

 꽃은 두자. 나중에, 나중에 치우면 되지.
 아리마는 작게 웃음을 지었다.

 
-
comment

 왜 글을 쓰려고 할 때마다 배가 고픈건지 이제 저는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배고프면 아무말 쓰게 되는데... 백만년만에 도굴 오리지널 연성인데 이러기냐 나 자신이여...

 제목인 몽파르나스는 장미 품종 중 하나입니다. 사실 겨울 장미를 찾아봤는데 마땅히 겨울에 핀다! 하는 게 없어서...(...) 분홍과 붉은색을 오락가락하는 하는 느낌에 팍 꽂혀서 지어버렸습니다.
 또 몽파르나스는 옛날 예술가들이 자주 드나들던 프랑스의 지역이라는데. 찢어지게 가난한 동네라 빅토르 위고 옹이 레미제라블의 배경으로 삼기도 했었다네요...

Oh Oh 원룸청년 아리마여 Oh Oh